DOSSIER 01 · 첫 번째 글

좋은 직원은 왜 대표와 충돌하는가

책임은 커졌지만 결정권은 좁은 자리에서 갈등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성격을 판단하기 전에 역할과 결정의 구조를 살펴봅니다.

조직과 권한 · 2026년 9월 24일 · 읽는 시간 8분

조직의 문제를 설명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듣는 동료들을 묘사한 편집 이미지

대표와 실무자가 반복해서 부딪힐 때, 갈등을 한 사람의 성격으로 설명하면 조직이 맡긴 역할은 보이지 않는다. 먼저 물어야 할 것은 누가 일을 책임지고, 누가 결정을 내리며, 결정이 바뀌었을 때 누가 무엇을 다시 조정하는가다.

갈등이 반복되는 자리를 살핀다

일의 방향을 정하는 단계에서는 책임자와 결정자가 같은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실행이 시작되면 둘은 달라지기도 한다. 한 사람은 계획을 만들고, 협력자를 조정하고, 일정과 결과를 챙긴다. 최종 범위와 비용을 바꾸는 권한은 대표에게 남아 있을 수 있다. 이때 결정이 바뀌어도 기존의 일정과 책임만 그대로라면, 두 사람은 같은 사업을 서로 다른 역할에서 경험한다.

실무자는 이미 합의된 방향을 수행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대표는 새로 들어온 정보에 따라 선택을 다시 검토한다고 여길 수 있다. 두 설명은 함께 성립할 수 있다. 문제는 누가 옳으냐에 앞서, 바뀐 판단이 기존 업무와 자원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있는가다.

역할갈등과 역할모호성은 다른 질문이다

조직행동 연구는 이 상황을 살필 때 역할갈등과 역할모호성을 구분한다. 역할갈등은 한 사람이 동시에 받는 기대가 서로 맞지 않을 때 생긴다. 역할모호성은 맡은 일의 범위, 평가 기준, 권한 또는 우선순위가 분명하지 않을 때 생긴다. 두 개념은 관련될 수 있지만 같은 뜻은 아니다. Rizzo, House, Lirtzman의 측정 연구도 두 개념을 별개의 차원으로 다뤘다.[1]

예를 들어 “사업을 책임지고 추진하라”는 기대와 “주요 선택은 매번 대표에게 확인하라”는 기대가 동시에 주어지면 역할갈등을 살펴볼 수 있다. 반면 어떤 지출이나 일정 변경을 담당자가 결정해도 되는지 알기 어렵다면 역할모호성의 문제일 수 있다. 일의 양이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역할과부하도 따로 살펴야 한다.

그래서 “책임은 큰데 권한은 작다”는 말은 유용한 관찰 문장일 수 있지만, 그 자체가 검증된 진단명은 아니다. 그 표현을 결론으로 삼기보다 세 가지를 확인해야 한다. 담당자는 어떤 결과를 책임지는가. 어떤 선택을 스스로 할 수 있는가. 바뀐 결정이 비용과 일정에 미치는 영향은 누가 승인하는가.

문제 제기는 정보이면서 관계의 신호다

실무자가 위험을 먼저 발견해 상사에게 알리는 행동은 직원 발언(employee voice) 연구의 주제다. Morrison은 2023년 리뷰에서 직원이 말하거나 침묵하는 조건과 결과를 다룬 수백 편의 연구를 정리하며, 이 현상을 개인의 용기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짚었다.[2] 무엇을 말했는지, 누구에게 말했는지, 조직이 그 말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함께 작동한다.

2025년 독일 회계 전문가 183명을 대상으로 한 시나리오 실험은 직원의 발언과 상사의 평가가 연결되는 양상을 살폈다. 연구 결과는 발언 유형과 상사가 구성원에 대해 가진 기대에 따라 관계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가상의 업무 상황을 평가한 실험이므로, 실제 기업에서 대표가 어떤 이유로 특정 직원을 평가하는지 증명하지는 않는다.[3]

따라서 “대표가 자존심 때문에 반대 의견을 싫어한다”처럼 상대의 의도를 먼저 정하면 증거가 없는 심리 추정이 된다. 대신 관찰 가능한 일을 기록해야 한다. 어떤 제안이 어떤 근거와 함께 전달됐는가. 결정은 어떻게 내려졌는가. 결정 뒤에 책임과 자원은 어떻게 바뀌었는가. 이렇게 물으면 대화를 인물평에서 업무 설계로 옮길 수 있다.

결정이 바뀔 때는 조건도 다시 적는다

결정 기록은 대표의 판단을 감시하려는 문서가 아니다. 당시의 선택과 전제를 함께 기억해 다음 실행자가 같은 판단을 다시 추측하지 않도록 돕는 업무 도구다. 학교 리더십팀의 현장 사례 연구에서도 새로운 책임을 공식적으로 부여하는 일만으로 역할이 정리되지는 않았으며, 관계와 책임을 구체화하고 계속 조정할 필요가 제기됐다.[4]

결정 기록에 남길 다섯 가지
  1. 해결하려는 문제와 원하는 결과
  2. 검토한 선택지와 각각의 비용·일정·수행 위험
  3. 최종 결정자와 실행 책임자
  4. 이번 결정에 포함한 전제와 적용 범위
  5. 재검토를 시작할 조건과 변경 영향의 승인자

방향이 바뀌면 새 선택만 기록할 것이 아니라 이전 결정에서 무엇이 달라졌는지 적는다. 예를 들어 “일정은 유지하고 범위를 줄일지”, “범위는 유지하고 예산과 인력을 다시 승인받을지”를 나눠 볼 수 있다. 변경으로 영향을 받는 담당자도 다시 정한다. 그래야 이전 결정의 책임이 이전 담당자에게 자동으로 남지 않는다.

문제를 선택지로 바꾸면 대화가 구체적이 된다

담당자는 “이 방식은 안 됩니다”라고 끝내기보다,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결과를 정리할 수 있다. “A안은 일정을 지킬 수 있지만 추가 인력과 비용이 필요합니다. B안은 현재 자원 안에서 진행할 수 있지만 2주 늦어집니다. 저는 B안을 권고합니다. 어느 기준을 우선할까요?”라고 묻는 방식이다.

이 문장은 최종 권한을 흐리지 않으면서도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반대로 대표는 “해보라”는 지시가 어디까지의 실행을 뜻하는지, 담당자가 독자적으로 정해도 되는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설명해야 한다. 결정권을 유지하면서 결과 책임까지 맡기려면 필요한 인력·예산·재검토 절차도 함께 정해야 한다.

사람을 평가하기 전에 다섯 가지를 묻는다

  1. 충돌은 목표, 방법, 일정, 예산 중 어디에서 시작됐는가?
  2. 최종 결정자는 시작할 때 분명했는가?
  3. 담당자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범위를 서로 알고 있었는가?
  4. 결정이 바뀐 뒤 일정·비용·담당 업무도 다시 합의했는가?
  5. 같은 문제가 반복될 때 기록을 확인하고 절차를 고쳤는가?

답이 모이면 책임과 권한이 실제로 맞물리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래도 개인 간 감정이나 말투, 신뢰의 문제가 남을 수 있다. 그 가능성은 역할 구조를 살펴본 뒤 별도로 다뤄야 한다. 구조적 설명 하나로 모든 관계 문제를 덮으면 또 다른 단정이 된다.

반복되는 충돌을 만났을 때 “누가 먼저 틀렸나”에 앞서 “어떤 결정권과 실행 책임이 합의되지 않았나”를 묻는 것. 조직의 문제를 성격에서 절차로 옮겨 읽는 첫 단계다.

이 글에서 참고한 연구

  1. [1]
    Role Conflict and Ambiguity in Complex Organizations

    John R. Rizzo, Robert J. House, Sidney I. Lirtzman · 1970 ·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15(2), 150–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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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
    Employee Voice and Silence: Taking Stock a Decade Later

    Elizabeth Wolfe Morrison · 2023 · Annual Review of Organizational Psychology and Organizational Behavior, 10, 79–107

    연구와 적용 한계 보기
  3. [3]
    How employee voice influences supervisors’ performance ratings: The role of supervisors’ implicit followership theories

    Bianca Straßhöfer · 2025 · German Journal of Human Resource Management, 39(2), 10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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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4]
    Role Conflict and Role Ambiguity: The Challenges of Team Leadership at a Middle School

    Janet H. Chrispeels et al. · 1999 · Journal of School Leadership,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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